2009년 11월 02일
■帝釋山, 落葉이 술렁인다

■帝釋山, 落葉이 술렁인다
黃金빛 憂愁ㅡ. 小春의 別離
■ "오셨군요…!" ㅡ.
싸늘한 냉기가 알몸을 뒤집는다. 겨우 十一月이 시작됐을 뿐인데, 햇살이 이따금 먹구름에 가리거나 삐져나오곤 해 사뭇 썰렁했다. 가파른 산언덕을 걷기엔 더없이 좋았다.
한라산에는 첫눈이 내렸다. 지난해보다 十六日 빠르다고 했다. 이곳도 눈이 내림직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인다. 이따금 바람에 우수수 날리는 고동색 마른 잎이 마치 비행기에서 뿌리는 선전 삐라처럼 현기를 일으키곤 했다.
이른 아침까지 한때 방울 굵은 찬비가 뿌렸기에 제법 눅눅해진 산길이 여느 때와 달리 깡마른 흙 향기를 몰아 올리고 있어 포근했다. 혼자서 오르는 언덕은 고즈넉했다.
“아ㅡ 미처 몰랐네, 여기 춤사위 흥겹게 十一月이 와 있을 줄은 ….”
낙엽들의 체온이 발밑에 날아와 한결 보스스했다
낙엽이 술렁이는 작은 봄날이다. 마른 잎 어질러진 숲... 장미 빛 구름을 뚫고 아침이 밝을 때 밖을 나섰지만 노크 소리에 쳐다보니 다람쥐가 보일 뿐, 아무도 숲엔 있지 않았다.
다시 오르려는데 찬바람이 사르르 옷깃을 날린다.
"……?"
"달력 보셨죠? 곧 겨울이 오려나 봐요. "
눈 여겨 풀 섶을 내려다보니, 눈앞에 현란한 기적이 보였다.
거기 순금으로 반짝이는 하나의 광채, 그것은 바짝 엎드려 보니 맑은 햇살에 씻기는 한 알의 도토리 열매였다. 빛이여 이슬이여..., 이른 초겨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屈原의 楚辭처럼─.
내 유년의 추억에 이끌리는 즐거운 착각! 그러나 그 뿐, 가지에서 가지로 뛰어나는 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오솔길을 더욱 호젓하게 한다.
나는 오솔길에 유해돼, 누어있는 떡갈나무 낙엽 한 잎을 줍는다. 새벽 비에 젖은 빗물을 털어 냈다. 그리고 은밀히 이, 유해 그늘에 배어 있는, 신비로운 힘을 느껴보았다.
고별의 계절 탓인지 을씨년스런 한나절허전하다. 길섶에 핀 산국화가 눈을 끌지만 아름답기보다 차라리 고독이 묻어 있어 더 측은해 보인다.
굴원(屈原 전 343-277. 周末))의 초사(楚辭) 20 편 가운데 한 구절이 떠오른다. 朝飮木蘭之墜露兮 夕飡秋菊之落英
아침에는 목란이 떨어뜨린 이슬을 마시며
저녁에는 가을 국화 진 꽃부리를 먹느니.
잎을 떨구는 활엽수마다 하나같이 기도의 자세다. 저리 무엇을 더 전수해야 할 것인가…?. 전율할 만큼 여름이 불타다 남은, 진홍빛 낙엽들ㅡ.
저들은 과거를 돌이켜 보며 환상의 허무에 싸였던 지난날을 아프도록 뉘우치는지 모른다.
“오늘이 올 줄 알았다면 과거를 좀 더 유익하게 꾸미는 건데…”
ㅡ그런 반성은 하지 않아도 좋다. 삶의 만족도가 촘촘히 나무껍질에 옹이져 있어서다.
골짜기를 헤매다 내려왔다. 잠시 대각사(大覺寺) 약수터에서였다. 떼 지어 엄습해 오는 철새 무리처럼 세차게 광장을 날며 뒤덮는 낙엽의 잎보라─! 멈칫 돌풍에 서성이며, 황홀한 현기에 휘말려야 했다….
■凋落, 그리고 悲哀ㅡ.
순간적인 돌풍으로 고독한 자리에 멎어서서 돌아보는 나의 긴 과거….
“나는 자리에 더 있고 싶지만 보내는 데는 머뭇거릴 수 없는 것을ㅡ.”
약수터 앞뜰의 낙엽은 시간과 공간을 그렇게 초극해 있었다.
조락—! 누가 이를 불운이나, 비애라고 애달파하는가...! 안식과 자유일 뿐이기에, 그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만족이란 어떤 것일까? 연전 세모께 아리안츠 산하 AGF가 조사한《인생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유럽인》가운데 그 발표한 내용회답을 보면, 스페인 56% 독일 52%, 이탈리아 49%, 프랑스 42%로 드러나 흥미로웠다. 분석 결과, 독일인이나 이탈리아인은 인생의 목표 상위권에 든 현상으로 좋은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스페인 사람은 10중 8-9가 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프랑스 사람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데 가족생활과 일상생활을 너무 무게 있게 생각한 나머지 생업과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프랑스사람이 우리 생각과 비슷할까…? 돌연 줄무늬 아기 다람쥐 한 마리가 길 앞을 무찔러 ─도토리 열매를 입에 문채─ 잽싸게 달아난다. 겨우살이 저장을 위해 부지런히 물어 날라라….
나는 다시 사뿐사뿐 낙엽 위를 걷고 있었다. 램프에 심지를 돋우며 꼬박 밤을 새워 읽었던 내 독서시대의 `용재총화'(성현) `지봉유설'(이수광)등 명저는 참으로 감명 깊었다.
■靈魂의 기쁨ㅡ.
낙엽을 밟다 말고 문득 책을 읽고 싶은 충동…. 언젠가 읽었던 구절이 떠올라서다. 그 같은 욕망 없이 독서는 실상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 비록 순금이 아니라도 어떤가.
한 번 내친 행위라면 이해타산에 멈칫하지 않고 열광하는 영혼의 기쁨에 도취됐던 것을…. 소설가 헨리 밀러의 작품 《북 회기선》(1인칭 소설)을 읽고 싶게 하는 계절이다.
이 작품이 처음 간행된 곳은 파리다(1934년). 헌데 미국은 이를 금수 조치했다. 이 잔인한 압박은 1961년까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해, 어느 출판업자가 이 밀러의 자서전적 소설을 복간했다.
업자는 즉각 체포되고 만다. 이 때(1961년), 작가 헨리 밀러를 지지하는 미국문단은 《북 회기선》의 판금 해제를 위한 과감한 시민서명운동에 착수한다. 호응과 참여는 충격적인 지지도를 높였다.
그래서 대법원은 판금도 해제하고, 외설물이라는 치명적 꼬리표도 뗐다. 출판업자 역시 바로 풀려났다.
헨리 밀러는 《북 회기선》에서 가난에 찌든 서민들이 `사랑'으로 불우 이웃끼리 뭉쳐 일어서는 정신을 승화시켜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꾸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었다.
우리도 결속해 신약성경 코린토1 13장 1-7절(사랑) 같은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려는가!
■黃金빛 憂愁ㅡ.
이 가을, 고양이의 털보다 더 포근했던 오후의 약수터 모퉁이는 광풍에 나뭇잎이 가지 끝에 더 매달려 있지 못한다.
벚나무 주황색 맑은 이파리마다 디룩, 디룩… 바람에 날리며 마치 G, 비제의 『투우사의 행진곡』에서 입장하는 투우사들을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군중의 몸짓만큼이나 하늘을 날고 싶은, 감격에 부풀어 있지 않는가…!
광장 한쪽에 자리 잡은 심우정(尋牛亭) 쉼터에 올랐다. 누릇한 나뭇잎을 비집고 나를 향해 기웃거리는 서산의 햇살…! 잘 닦은 황동의 쟁반이다.
낙엽이 흩어져 널린 광장 둘레의 화살나무, 고로쇠나무, 참나무, 굵은 칡 잎, 조릿대, 느릅나무, 떡갈나무. 저 마른 잎들…, 탱자만큼 작은 빨간 까치밥들이 매달린 감나무가지는 벌써 벌거숭이 회초리로 여위어 있었다.
참담하게 꺾이거나 잘린, 초췌한 억새풀ㅡ. 언덕 일대에 뻗어 오른 인동덩굴은 푸르다 못해 흑갈색으로 윤택하다. 김장을 앞둔 언덕 밑 채소밭은 무, 배추, 고추 농사로 풍요롭다.
새파란 생명력을 머금은 살진 배추 폭, 너울거리는 무 잎, 촘촘히 늘어선 고춧대와 빨간 그 열매들…. 누가 立冬 전 썰렁한 겨울이라고 할 것인가?
약수터에서는, 누군가 항아리에 물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물 길러 온 노인네가 가버린 뒤 아무 누구도 더 얼씬하지 않았다. 허공에 날리는 찬바람이 침묵하는 나뭇잎들을 훑어낼 뿐, 무삽게 황량했다ㅡ.
조금 떨어진 곳에 드문드문 늘어선 색깔 고운 꽃 배롱나무와 황달 든 은행나무 사이를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바쁘게 넘나든다. 너무 너무 쓸쓸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높은 팽나무에서 우수수 낙엽이 흩날린다. 황금빛 우수가 거기 내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落葉은 煙氣로ㅡ.
낙엽이 불에 탄다. 사르르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거기 소각장이 있었던가? 갑자기 뇌리에 번득이는 인스피레이션! 낙엽을 노래한 나의 옛 독서 친구들….
「秋興賦」를 쓴 潘岳, 시몽을 불렀던 R. 구르몽, 「秋思」의 N. 레나우, 「落葉」의 W. B. 예이츠…, 「病든 가을」의 G. 아폴리네르, 「가을」의 R. M. 릴케, 「迎秋辭」의 A. A. 밀른ㅡ,
그리고 보다 더 멋스런 얼굴들이 이들 위에 환히 오버랩 된다. <落葉記>의 李孝石, <가을 넥타이>의 金顯承, <落葉과 같이>의 金光洲…. 소각장의 낙엽은. 한 시간 안에 지난날의 꿈을 죄다 태울 것이다.
나는 연기가 뻗는 곳을 보았다. 산길 외딴 집 담까지 연기 끝이 뱀의 혓바닥처럼 널름거렸다.
낙엽 지는 산 길ㅡ. 광장 심우정에 쉬고 있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광장 둘레를 오고 간 지난 한 해…! 벚꽃과 녹음을 즐기던 그들이 언제 다시 올지 생각을 그만 두고, 지금 망각의 시간 위에 뚝, 뚝…. 가을이 지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더 보일 것도 없었지만, 심우정, 한 폭의 풍경화는 十一月 낙엽 태우는 연기로 외롭고 적요할 수밖에 없었다. 꽃잎처럼 마른 잎 떼 몰려 지는 을씨년스러운 광장은 벌써 땅거미로 썰렁했다. 반년 뒤 싱그러운 五月의 향기로 흠뻑 다시매혹되겠지만….♠
# by | 2009/11/02 18:56 | 季節의 香氣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