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6일
■立冬―. 겨울 나그네 인사

■立冬―. 겨울 나그네 인사
오늘이 가도 어제로 남을 月輪 일구기
■믿는가, 幻想의 꿈을ㅡ.
믿는가, Beginning of winter의 의미를. 그 표현보다 젊은이에게는 느낌이 더 빠르다. 걷는 이의 정감을 스산하게 하면서 또 감미롭게 자극하는 눈부신 이 황금 은행나무와 불타는 적갈색 단풍잎 남쪽도 영하 1도인 것을….
미국의 페이톤 플레이스를 연상하게 하는 은행 잎 수북한 포도를 걷는다. 나뭇잎의 화려한 색깔과 달리,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이 실제로 즐비하게 인도에 깔려 그 위를 사색하며 산책하는 기분을 황홀하게 한다.
일직선으로 끝없이 뻗은 병목로…. 탄력 있는 수북한 계절의 향수에서 숱한 전설을 불러일으키는 페이브먼트의 프리즘…. 낙엽 위를 걷는 다기 보다 요술 카핏을 타고 나는 기분이다.
Beginning of winterㅡ. 반성과 미련을 일구게 한다. 앞으로 겹칠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이 때 북풍한설로 본격적인 겨울이 가동된다. <대항 목운 시행 초(大寒木運始行初)>라고 했다.
이는 大寒이 되면 나뭇잎이 두터운 눈 더미를 뚫고 고개를 내민다는 뜻이다. 아무리 얼어붙은 땅이라도 이 날이면 나무가 숨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大寒은 一月二十日께 있다.
역사의 반추와 회고, 그 순간들의 집적에 의해 보람 있는 내일의 건설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겨울 나그네 立冬이여─! 현대사회에서 평가되는 편견과 실수에서 누가 현명하고 위대한 존재로 후세에 부각될까ㅡ? 우직하고 망령된 자일까, 교활하고 영색한 자일까?
■아는가, 苦惱와 內實을ㅡ.
아는가, 저 겨울 나그네 立冬의 번쩍이는 촉감을 단풍에 물든 간밤의 둥근 달은. 그 싸늘한 촉감에 번쩍이는 밤의 공허를 쫓지 못했다. 모든 것을 얻고 잃고 슬픔이 흐르다가 종국에는 한 줌 흑이 돼버리는 탓일까?
떠나야 될 그날이 오기까지 겨울 나그네는 바람으로 흐느끼며 갈 숲 술렁이는 벼랑에서 오늘이 가도 어제로 남을 월륜(월륜)과 함께 납덩이처럼 무거운 회한으로 저무르리라….
`지(知)'와 `정(情)'의 상극된 인간의 노스탤지어…. 앎 안에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정 속에 온화한 사랑을 느끼는 계절의 별리로 가슴에 충돌하는 고뇌와 내실(內實), 그것은 `영원한 회귀' 안에 흐느끼는 포효일 것인가?
초목에 괸 이슬이 영점에서 굳어진다. 입춘의 즐거움, 입하의 기쁨, 입추의 슬픔, 입동의 노여움을 다시 골짜기에서 생각한다.
나뭇잎이 진다. 탐욕과 죽음의 아비규환을 본다. 거부하는 몸짓이 상실의 시간 위에 표류되는 동안, 나는 명상하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기도하는 자세로 창밖의 변화를 기다린다.
가혹한 냉기와 사뭇 거친 호흡으로 삶의 대열을 미리 위협하고 그렇게 겨울 나그네는 눈과 얼음, 고독한 슬픔을 주렁주렁 등에 메고 봄의 꿈을 동경하듯, 찢겨져 펄럭이는 현수막처럼 요란하게 오는구나….
이상성. 비구름의 다채로운 문양과 능선의 골짜기를 핥고 피어오르는 산안개가 환상의 조화로 미리 立冬의 자화상을 싸늘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듣는가. 鵲岬亭 휴머니즘을ㅡ.
듣는가. 저 겨울 나그네 立冬의 가파른 소리 울림을. 적막, 공허, 절망, 고독, 죽음…. 그런 허식에 찬 감상의 과장을 송두리째 팽개치듯 다시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이번에는 돌연한 까치 소리에 폐쇄된 마음의 창이 활짝 열렸다.
저 길음(吉音)…. 우러러보니 숲 사이 정자의 옥상이었다. 아직 이름이 없어 현판도 걸리지 못한 아담한, 등산객의 쉼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정자에서 쉬려니 했는데 터줏대감이 먼저 인사를 보내온 것이다. 이 까치는 철새와 달리 사철 이 정자를 지켜온다.
썰렁한 산길…. 그 숲을 일부러 찾아갔다. 환영(幻影)을 불러 모으는 골짜기마다 낙엽의 융단이 깔렸다. 찬바람이 점령한 숲길은 발길에 으스러지는 낙엽의 신음으로 지배된 立冬과 함께 더 가을은 머무를 수 없는 것일까…?
반갑게 처음으로 소리 높여 회답해 보였다.
"봉주르…!"
까치는 곧 날아갔다. 나는 알지만, 저 녀석은 할 일없이 바쁜 체 이리 뛰고, 저리 날며 생리적으로 안정감을 되찾지 못한다. 나는 이 기회에 정자 이름을 저 녀석을 위해 작갑정(鵲岬亭)으로 정하고 싶다.
鵲岬亭의 휴머니즘ㅡ. T. 모어의 지적 정서대로 풍치 좋고 정자 좋은 쉼터의 시간은 `만족'이다. 그리고 서둘러 정자 명을 짓게 돼 흐뭇하다. 이제부터는 글을 쓸 때 鵲岬亭을 잊지 않겠다.
■보는가, 저 춤사위를ㅡ.
보는가, 저 겨울 나그네 立冬 낙엽의 춤사위를? 위대한 그들을 위해 정직하게 자기를 시정하고 겸허하게 자기 진로를 관조하도록 이른다.
눈부신 여광(餘光)을 받으며 화려한 외출 채비로 매혹적인 치장에 바쁜 잎, 잎의 기쁨은 벌써 내게 진인사 대천명의 이치를 건네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해석하는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슈비엥침(아우슈비츠로)로 끌려가는 유다야인 부녀자와 아이들이었다. 강제수용소에 압송된 그들은 무려 450만 명이었다.
가엾은 저들은 무자비한 독일군 병력(立冬)에 의해 총살이 행해질 벽과 가스실, 시치 소각로 앞을 영문조차 모르는 채 기만돼 우쭐우쭐 춤을 추며 지나가고 있었다.
형장으로 가는 저들 사이에는 어머니(나무) 앞으로 보내는 아들(낙엽)의 편지 글도 볼 수 있었다.
Liebe Mutter: Ich bin gesund und fuhle mich gut.(엄마께 드립니다. 저는 건강해요, 그래서 아주 상태가 좋아요)
텅 빈 분위기의 중심이 그 낙엽의 설렘 소리에 이어져, 듣는 쪽의 몸도 마음도 함께 휩쓸리는 절박감으로 가슴이 차 오른다. 주위가 고요했기에 바람에 밀려 마른 잎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소리가 괴이한 마찰음으로 내 몸의 신경을 후볐다. 멀리서 들려오는 마치 풀벌레 울음 같은 울림이어서 나의 몸이 무엇에 부딪혀 추락하는 무의식의 공포를 일게 했다.
■부르는가, 秘密을─.
부르는가, 저 겨울 나그네 立冬의 비밀을…! 겨울은 매혹적인 선율과 활기찬 리듬을 머금고 우리 주위에 광란하는 바람처럼, 찬비처럼, 눈보라처럼…, 울부짖는다 해도 어둡고 칙칙한 우수의 다큐멘터리일 뿐이다.
Beginning of winter(立冬), 듣기에 따라 로맨틱한 운율이 담긴 이 작품은 위대한 예술가 알피니스트 W님을 기려 보내오는 ‘시화‘로 겨울올림픽 조직위가 겨울을 사랑하는 고인에게 헌정하고 있다.
J. 마스네의 거칠고 격렬한 북구 풍 음색의 「비가」(Elegie)로 채색된 계절에도 울먹임이 깔린 우수의 아름다움을 스산하게 훔쳐보게 한다. 이 환영은 이제 밤이면 밤마다 내 침실의 도어를 두드릴지 모른다.
불가사의한 겨울의 자연이 내 인터넷 작품 문장을 지배하고, 내 생명력을 좌우하는 힘을 자연의 환괴(幻怪)에 번롱당해도 어떤 기발한 저항의 묘책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가…?
겨울 산책 중에 지난해는 돌풍이 휩쓰는 산자락에나, 들풀을 불태우는 강변 광장에 섰을 때─, 낙엽을 태우는 황량하고 적요한 불길이 잿빛 하늘을 더욱 어둡게 그을리는 광경에서 어느 산사 스님의 다비식을 연상하며 더 없이 숙연해지곤 했다.
입동은 한 계절의 휴지(休止)를 지배하는가? 창문 닫힌 베란다의 화분에서 살며시 단풍잎이 맴돌아 지고 있다. 전혀 음향이 없다. 한 잎 지는 낙엽에서 천지가 지진처럼 흔들리는 소리를 누가 뽑아낸 것일까…?
■생각하는가, 精神의 解放을ㅡ.
생각하는가, 저 겨울 나그네 立冬의 생리를. 그 치를 하느라 앞날 뿌린 비, 검은 비…! 옛 시인들은 비가 그들의 시재(詩材)라고 생각했다.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ㅡ 양대제(梁待制)가 `독락시(獨樂詩)'에 화운하는 구절로
ㅡ산은 안개 걸러 비 만들고, 바람 불어 골짜기엔 연기 오르네.
과연 立冬 치는 그 표현을 재현했다. 구약성경 [창세기](7:11-12)에 보면,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했다.
신은 인간 세계가 죄악으로 범람해 물갈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노아를 불러 피신하게 이른 다음, 땅 위에 40일간 집중호우를 강행했던 것을….
구름은 그렇게 거리의 낙엽들을 시달리게 했다. 전율할 공포감에 휩쓸리게 했다. 이 소름끼치는 기상 변화가 닥쳐올 시련의 예고라면, 무한한 어두운 고통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될지 모른다. F. W. 니체의 해석대로 정신의 최후의 해방자일 것인가?([華麗한 知識])
길바닥에 부복하는 이슬람교도 같은 낙엽의 기도ㅡ. 구름은 그 위로 빛나는 햇살을 보냈다가 천둥으로 길바닥의 나뭇잎을 일으켜 세우려고 위협하지만 꼼짝하지 않는다.
겨울이 들어서는 헐고 낡은 군화소리에, 참혹하게 학살되는 내 실험적인 아방가르디즘 초병들…, 나의 휴머니즘이 저해된 좌절의 시간과 공간에 기록된 징후의 깊은 원인을 분석하는데 이제 더는 기피하지 않겠다.♠
# by | 2009/11/06 12:57 | 季節의 香氣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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